서 론
교대 근무란 주간, 오후, 야간 근무 등을 바꿔가며 일정하지 않은 시간에 근무하는 것으로, 근무 시간이나 노동 강도, 교대 순환 주기 등이 매우 다양하다[1]. 오전 7시에서 오후 6시 사이를 벗어나는 시간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전 세계적으로 15%-25%에 달한다[2]. 특히 24시간 환자를 돌봐야 하는 보건의료서비스 분야는 대표적인 교대 근무 직종으로, 교대 근무 부적응이나 교대 근무로 인한 일과 삶의 불균형은 이직이나 사직의 주된 요인 중 하나이다[3-5].
교대 근무자는 상근자에 비해 너무 이르거나 늦은 시간에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 정상적인 수면-각성 주기와 다른 수면을 취할 수밖에 없어 수면의 질 저하, 수면부족을 흔히 호소한다[6].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에 따르면 교대 근무자의 수면부족은 61.8%로 전체 근로자의 37.6%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다[6]. 수면부족은 당뇨병, 심장질환, 암 등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여 개인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7], 근무 중 주의집중력을 떨어뜨리고 피로감을 증가시켜 사고 위험도 증가시킨다[2].
본 론
교대 근무와 건강
사람은 개인의 내적 일주기리듬(circadian rhythm)에 맞춰 생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일정한 기능을 수행하나, 교대 근무는 식사, 수면 등 정상적인 활동을 변화시켜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7,14]. 영국 근로자 27,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에서 교대 근무자는 상근자에 비해 신체활동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수면장애, 비만, 우울 등의 건강문제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15]. 여러 연구에서 교대 근무는 뇌심혈관질환, 대사증후군, 비만, 암 등과 같은 신체질환 발생 위험률을 높이고, 우울증, 기분장애 및 자살과 같은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14]. 특히 가임기 여성근로자의 야간 근무는 월경주기 불규칙 또는 중단, 자연유산, 조산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16], 임부의 야간 근무를 제한하도록 하는 근거가 되었다. 질환별 위험도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야간근로와 건강을 다룬 본 학술지의 종설을 참고하기 바란다[14].
교대 근무와 수면
Borbe´ly는 1982년에 수면-각성 패턴이 개인의 일주기리 듬과 수면 항상성(sleep homeostatis)에 의해 결정된다는 two-process model을 제시하였다[17]. S과정(process S)으로 알려진 항상성 과정은 깨어 있는 시간이 길수록 수면압력(sleep pressure)이 커지다가 수면이 시작되면 감소한다. C과정(process C)인 일주기 과정은 내인적 생물학적 과정으로 거의 하루 24시간 주기의 리듬을 보이며, 빛이 없는 한밤중에 최저치에 달한다. 정상적으로는 S과정 곡선이 최대치일 때 수면을 취하게 되는데, 수면이 시작되면 수면압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낮잠을 자면 수면압력이 줄어들고, 수면박탈(sleep deprivation)이 생기면 수면압력이 더 커지게 된다. 수면으로 수면압박이 줄어들어 S과정과 C과정의 곡선과 만나는 시점에 도달하게 되면 잠에서 깨게 된다(Fig. 1) [18].
이러한 수면-각성 패턴은 개인의 수면습관, 생활 방식, 사회적 요구도, 주변 환경 등에 영향을 받게 되는데, 교대 근무는 갑작스럽게 수면 시간대를 변경해야 해서 내인적 일주기 시스템의 교란과 환경과의 불일치(misalignment)를 야기한다[19]. 특히 야간 근무자는 일주기리듬의 가장 강력한 외적 조절인자(zeitgeber)인 명암주기(light-dark cycle)와 정반대로 움직이게 되는데,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상승하는 밤에 일을 하고, 멜라토닌 수치가 줄고 각성을 준비시키는 코티졸의 분비가 증가하는 아침시간에 수면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수면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12,19,20]. 주간교대 근무자는 야간 근무자와 교대를 위해 근무 시작 시각이 빠르기 때문에, 일주기리듬상 S과정 곡선이 C과정 곡선과 만나지 못하는 시점, 즉 각성이 시작되기 전에 잠에서 깨어 출근을 해야 하므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 어렵다[21]. 이렇듯 교대 근무자의 수면시간은 근무조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근무 시작 시각이 6시, 14시, 22시인 3교대 근무자의 근무조별 수면시간을 조사한 연구[22]에서 주간 근무 시 평균 5.77시간, 오후 근무 7.52시간, 야간 근무 5.52시간으로 주간과 야간 근무의 수면시간이 오후 근무의 수면시간보다 짧은 것으로 보고하였다. 국내 3교대 근무 간호사의 수면시간도 주간 근무는 5.2시간, 오후 근무 7.8시간, 야간 근무 5.7시간으로 주간과 야간 근무의 수면시간이 짧았다[20]. 이는 잠자리에 들어가는 시간대가 수면의 양을 결정하기 때문에 야간 근무 시 수면시간이 적을 가능성도 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잠이 들면 수면압박이 증가해서 더 많은 수면시간을 가지게 될 것 같지만, 잠들고 난 후 two-process model에서 S과정 곡선과 C과정 곡선이 만나는 시점이 빨라져서 수면시간도 짧아진다[17].
교대 근무자의 수면은 개인적 특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남성보다 여성에서 수면의 어려움이 더 많고, 개인의 수면-각성 선호도인 일주기유형(chronotype)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2,23]. 일주기유형은 개인적 성향도 있지만, 나이에 따른 변화도 있어 통상 10대까지는 저녁형으로 계속 지연되다가 20대부터는 조금씩 진전되어 생애 말기까지 아침형으로 바뀐다[24]. 순환 3교대 근무 간호사를 대상으로 일주기유형별 수면시간을 조사한 연구에서 저녁형 간호사는 주간 근무 시 수면시간이 평균 4.68시간, 오후 근무 시는 8.12시간인 반면, 아침형 간호사는 주간 근무 시 5.66시간, 오후 근무 시 5.77시간으로 일주기유형에 따라 수면시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25]. 저녁형 근로자가 아침형보다 교대 근무 적응이 좋다고 체계적 문헌고찰에서 보고하고 있지만, 연구마다 결과가 일관된 것은 아니다[23].
교대 근무장애(shift work disorder)
수면의 질 저하, 수면시간 감소, 불면 증상은 교대 근무자에게 흔히 나타난다. 기저 수면질환이나 기질적 질환이 없는 교대 근무자가 교대 근무로 인해 수면장애나 각성 중 과도한 졸음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교대 근무장애(shift work disorder, SWD)로 진단하게 된다[26]. SWD는 개인의 내적 일주기리듬인 생체시계(circadian clock)가 교대 근무로 인한 외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주기불균형(circadian misalignment)에 의해 발생한다[27]. SWD를 호소하는 야간근로자와 무증상 야간근로자의 멜라토닌 분비와 야간 근무 시 각성 정도를 비교한 연구[28]에서 무증상 근로자는 야간 근무에 맞게 수면위상(sleep phase)이 지연되면서 주간수면 중에 멜라토닌 수치가 높은 반면, SWD를 호소하는 근로자는 수면위상에 변화가 없어 야간 근무 중 각성의 어려움과 주간수면 시 수면장애를 호소하였다.
SWD 발생 빈도는 약 26.5%로 교대 근무 형태, 직종, SWD 측정 방법에 따라 2.3%-84.0%까지 다양하다[1]. 근무 형태별로는 야간전담이나 빠른 순환 3교대 근무에서 발생빈도가 높고[29,30], 시계방향으로 근무조가 바뀌는 순환교대(예: 주간-오후-야간)보다 반시계방향 교대에서 SWD가 더 빈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29]. 그러나 교대 근무 형태와 SWD를 포함한 수면 관련 문제는 연구마다 일관된 결과를 보이지는 않으며[31,32], 연령, 성별, 일주기유형, 성격 등 개인적 특성에 따라 SWD 취약함도 다르다[23].
직종별로는 해상 석유 굴착장치 작업자가 교대 근무 적응을 가장 잘 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19]. 이는 고립된 작업환경으로 인해 외적 영향이 적어 일주기 정렬(circadian alignment)의 변화를 촉진하기 때문으로 추정되는데, 해당 직종 야간 근무자의 96%가 주간수면시간대에 멜라토닌 분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33]. 반면 유사한 형태로 야간 근무를 하는 경찰, 의사, 간호와 같은 직군의 교대 근무 적응 비율은 높지 않았는데, 이는 가정의 책무(domestic responsibilities)가 있어 일주기 적응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34].
교대 근무 적응을 위한 전략
교대 근무자의 수면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직종, 근무 형태, 개인의 일주기유형, 가정 환경, 수면을 취하는 시간대에 따라서도 수면 능력이나 수면 필요량, 피로도가 달라질 수 있다[20,21,25]. SWD를 적절히 치료하기 위해서는 일주기리듬 재조정, 주간수면 개선, 야간 근무 시 각성 증진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35]. 이러한 전략을 통해 교대 근무자의 수면 개선뿐 아니라 근무 효율의 증대 및 일과 삶의 균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교대 근무 적응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치료 접근 방식에 따라 설명하고자 한다.
약물요법
일주기리듬 재조정, 주간수면 개선, 야간 근무 시 각성 증진 등 목적에 따라 여러 약물들이 제시되고는 있으나 전체적으로 근거가 아주 높지는 않다[36]. 본 연구에서는 2013년까지 게재된 논문들 중 교대 근무자에게 약물치료를 시도한 무작 위대조연구 15편 718명의 자료를 분석한 Liira 등[36]의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약물요법의 효과와 근거등급을 검토하였다.
먼저 멜라토닌을 살펴보면, 수면 개선을 목적으로 시행된 7편의 연구(참가자 263명)에서 야간 근무자에게 멜라토닌 복용 시 주간수면시간이 대조군에 비해 평균 24.3분(95% confidence interval [CI] 9.8-39.9분) 정도 증가하였지만 근거등급은 낮았으며, 3편의 연구(참가자 234명)에서는 주간 근무자에게 야간 취침 전 멜라토닌 복용 시 대조군에 비해 수면시간이 평균 17.0분(95% CI 3.7-30.2분) 증가하였지만 마찬가지로 근거등급은 높지 않았다[36]. 수면잠복기(sleep onset latency)는 5편의 연구(참가자 74명)에서 주간수면 시 평균 0.4분(95% CI 1.6-2.3분)만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매우 낮은 근거등급을 보였고, 그 밖의 수면 지표에 개선을 보이지는 않았다[36].
한편, 멜라토닌 및 멜라토닌 효현제(melatonin agonists)와 같은 일주기리듬 조절제(chronobiotics)는 일주기리듬의 단기 해리나 SWD와 같은 장기적 일주기부조화를 재조정할 수 있는 약제로 언급되고 있다[37]. 그러나 멜라토닌의 특성상 복용 시간대에 따른 영향이 매우 커서, 아침에 복용하면 일주기가 지연(phase delay)되고, 저녁에 복용하면 일주기가 전진(phase advance)된다[38]. 이러한 시간 의존성 때문에 SWD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보고는 명확치가 않고[35],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효과가 있다는 보고만 일부 있을 뿐이다[39].
진정수면제(sedative hypnotics)는 미국수면학회(American Academy of Sleep Medicine, AASM)에서 SWD로 인한 주간 불면증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지만[40], 관련 연구들의 근거등급을 분석한 결과 zopiclon은 주간수면시간을 늘리는 효과가 없었고, 그 외 수면제를 적용한 연구는 근거를 판단할 만하지 못했다[36]. 따라서 야간 근무 후 수면제 복용이 수면 증진 효과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야간 근무 중 각성 증진을 위해서 AASM에서는 modafinil, armodafinil, caffeine 사용을 제안하고 있다[40]. Modafinil과 armodafinil은 SWD에 사용하도록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가 승인하고 있지만[35],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승인되지 않았다. Liira 등[36]의 체계적 고찰연구에 따르면 2편의 연구 572명의 SWD에서 근무 시작 전 armodafinil 복용 시 근무 중 Karolinska 졸음척도(Karolinska Sleepiness Scale, KSS)로 측정한 졸음 점수가 1점 줄어들고, SWD 대상자를 3개월간 추적관찰한 연구에서도 각성반응은 약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나, 근거등급은 중간 정도이나, 두통, 오심, 혈압상승 부작용과 심각한 피부반응이 보고되었다. 두 약제 모두 야간 근무 중 각성도가 개선되기는 하지만, 각성이 정상화되지는 못하였고, SWD가 없는 야간 근무자에게 사용은 승인되지 않았다. Caffeine의 경우 현장연구(field study)에서 야간 근무 시작 전에 2시간의 낮잠과 함께 근무 30분 전 300 mg의 caffeine 복용 시 근무 중 각성이 개선되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나[41], 근거등급은 낮았다[36]. 이와 같이 일주기리듬 재조정, 주간수면증진, 각성 시 졸음 개선을 위해 다양한 약제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교대 근무자에게 부작용이 적으면서 근거등급이 높은 약물요법은 아직까지는 미흡하다 할 수 있다.
광 치료
빛은 시상하부에 위치한 시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에 전달되어 수면-각성의일주기리듬에 영향을 주는데, 적절한 광 노출은 일주기리듬의 위상변화곡선(phase response curve)을 조정할 수도 있다.[42]. 빛 노출은 각성을 증진시키므로, 빛을 쪼이는 시간대에 따라 수면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방해가 될 수도 있다[43]. 심부체온이 최저점인 시기보다 앞선 시간대에 밝은 빛을 쪼이면 수면위상이 지연되고, 최저점 이후에 밝은 빛 노출은 수면위상을 진전시킨다[10]. 따라서 낮 동안의 밝은 빛 노출은 야간수면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야간 근무자에게 퇴근 중 밝은 빛 노출은 주간수면을 방해한다[43]. 야간 근무를 하고 있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 모두 심부체온 최저점 이전에 밝은 빛에 노출시키고, 아침 퇴근시간대에 선글라스를 착용해서 빛을 차단한 결과, 근무 중 각성도, 주간 수면장애가 개선될 뿐 아니라, 더불어 주관적 우울/불안감도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13,35,44]. 시뮬레이션 실험에서 4주간 반시계방향의 순환 3교대 근무를 배치하고 근무 중 간헐적 광 치료를 적용하고 일정한 시간에 수면을 취하게 한 연구에서, 광 치료 적용군이 대조군에 비해 수면시간대에 멜라토닌 분비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11].
그러나 일주기리듬을 조정하는 데 적합한 빛 조도와 노출 시간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45]. Huang 등13은 7,000-10,000 lux의 밝기로 30분 이상 광치료를 시행하였고, Kakooei 등[46]은 4,500 lux의 밝기로 30분간 노출되어도 야간 근 무 중 각성은 개선된다고 하였다. 광 치료 시 각성효과는 파 장이 긴 빛보다는 파란색 빛(blue light)이 더 효과적이다[47].
광 치료로 일주기리듬 위상을 좀 더 효율적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교대 근무 순환을 1주 단위로 느리게 변경하면서 광 치료 및 melatonin 투여 시간을 조정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수면위상을 변경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Fig. 2) [8]. Eastman [8]은 12시간 2교대 근무자의 일주기부조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교대 근무 주기를 느리게 변경하는 것 외에도 주간 근무와 야간 근무가 변경되는 시기에 4-5일 정도 휴일을 제공하면서 광 치료 및 광 제한, 수면시간대까지 조정하여 매일 1시간씩 수면위상이 지연 또는 전진할 수 있게 할 것을 제안하였다. 주간 근무와 야간 근무 사이 휴일에는 야간 근무에 맞도록 수면위상을 지연시키기 위해 취침 전 2시간 동안 광 치료를 하면서 매일 1시간씩 광 치료와 취침시각을 늦추고, 야간 근무가 시작되면 근무 중에 4시간씩 광 치료를 해서 수면위상을 지연시킨다. 반대로 야간 근무에서 주간 근무로 변경되기 전 휴일에는 취침 2시간 전에 멜라토닌과 기상 후 광 치료를 매일 1시간씩 당겨 적용하여 수면위상을 전진시킨다[8]. 이와 같이 광 치료는 다른 치료법과 함께 복합적으로 적용 시 일주기부조화를 좀 더 잘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조정하기 위해서는 근무일만큼의 휴일이 배치되어야 하는 만큼 실제 교대 근무자에게 이와 같은 근무를 제안하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계획된 수면과 낮잠
낮잠을 포함한 계획된 수면(planned sleep schedule)은 SWD의 비약물 치료 중 임상적 효과가 높은 치료로 AASM에서 권고하고 있으며, 광 치료와 병행 시 수면위상을 좀 더 조절할 수 있다[35,40]. 주간, 오후, 야간 근무 및 휴일이 계속 바뀔 때 어떤 시간대에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좀 더 교대 근무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보고가 있다.
야간 근무간호사 213명을 대상으로 야간 근무일과 휴일에 어떤 시간대에 수면을 취하는 것이 야간 근무를 좀 더 잘 적응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속 3일 야간 근무가 시작되기 전 4일간의 휴일 수면 전략을 5가지 유형(야간 근무와 동일하게 깨어있고, 주간에만 수면[night stay]; 야간에 주로 자고, 주간에 짧은 낮잠[nap proxy]; 야간수면을 취하다가 야간 근무 전날은 야간 근무 시 주간수면과 겹치는 시간까지 길게 수면[switch sleeper]; 야간에만 수면[no sleep]; 휴일에도 야간 근무 시 주간수면대와 겹쳐서 수면[incomplete shifter])으로 시도한 연구가 있다[48]. 연구 결과, no sleep 유형과 nap proxy 유형이 야간 근무 적응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휴일에서 근무일로 진행할 때 수면시간대가 연결되는 과정이 있어야 좀 더 잘 적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유사한 결과로 야간 근무와 야간 근무 사이 휴일의 수면을 분리하지 말고 서로 겹치게 하면서 광 치료를 병행 시 수면위상이 유연하게 조정된다는 보고도 있다(Fig. 3) [47].
반면, 야간 근무 시 기상시간을 기준으로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면압력이 커져서 야간 근무 중 각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야간 근무를 마치고 최대한 늦게 잠을 자는 수면스케줄을 권하는 연구도 있다[12,49]. 야간 근무 퇴근 직후 바로 수면을 취하고 잠이 깨는 시간에 자유롭게 기상하는 그룹보다 퇴근 후 깨어 있다가 오후 1시부터 취침하여 야간 근무 출근 직전까지 8시간은 침상에 누워있도록 한 그룹에서 야간 근무가 반복되어도 수면시간이 6시간 이상 유지되고 야간 각성도 검사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49]. 그렇지만 주관적으로 보고한 근무 중 졸음은 두 군 간 차이를 보이지 않아 객관적 검사와는 다른 결과를 보여, 수면시간이 교대 근무자의 주관적 졸음 정도를 설명하지는 못하였다. 이는 야간 근무로 인해 수면압력이 높은 상태에서 오후 1시까지 깨어 있는 것이 주관적 피로감을 상승시켰을 가능성이 있지만 명확하지 않다. 평균 22.9세 남성 12명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 야간 근무 후 주간수면을 조기 수면(07:00-14:00), 지연 수면(10:00-17:00), 분절 수면(07:00-10:30 & 13:30-17:00)으로 나누어 비교한 결과 분절수면에서 수면잠복기가 길고, N3 sleep이 더 많은 경향은 보였지만, 대상자가 적어 해석에는 제한이 있고, 주관적 차이도 보이지 않았다[9]. 향후 교대 근무자에 적절한 수면스케줄을 제시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교대 근무자가 호소하는 주관적 졸음 정도는 객관적 결과와도 일치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49], 2-3일 정도의 짧은 간격으로 근무조가 변경되는 순환교대 근무는 선행연구에서 제시한 계획된 수면스케줄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근무 중 졸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수면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순환 3교대 근무 간호사를 대상으로 2주간 액티그래프를 통해 측정한 연구에서 간호사의 2주간 평균 수면시간과 Epworth sleepiness scale로 측정한 졸음 정도는 상관성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21]. 교대 근무자의 불규칙한 수면-각성 패턴을 two-process model과 개인의 일주기유형을 고려하여 수리적 모델로 분석한 결과, 주간, 오후, 야간 근무마다 필요한 수면시간이 달랐다. 야간 근무 후 주간수면 시에는 필요한 수면시간이 짧고, 주간 근무나 오후 근무 후 야간에 수면을 취할 때는 필요한 수면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을 Circadian Sleep Sufficiency Model로 설명하고, sleep sufficiency를 높일수록 대상자의 졸음 호소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였다(Fig. 4) [21]. 이를 바탕으로 근무패턴에 맞는 적절한 수면시간을 개별화해서 맞춤 수면스케줄로 제시할 수 있다면 교대 근무자의 근무 중 졸음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야간 근무 들어가기 전이나 야간 근무 중 짧은 낮잠은 근무 중 각성과 업무 수행도를 향상시킨다[35,45]. 광 치료와 병행 시 근무 중 15-20분 정도의 짧은 낮잠으로도 각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44]. 야간 근무 중 30-50분 정도 낮잠은 졸음을 줄여 각성과 수행을 개선시키는 효과적인 전략이다[45]. 응급실에서 12시간 야간 근무를 하는 의사와 간호사에게 근무 중 40분의 낮잠 기회를 제공하자 각성과 정맥주사 성공률이 개선되었다[50]. 다만 낮잠에서 깬 직후는 수면 무력증(sleep inertia)이 있을 수 있으므로 중요한 업무는 배치하지 않은 것이 좋다[51]. 또한 낮잠이 야간 근무 종료 시 졸음은 막지 못하며[52], 이틀 연속 12시간 야간 근무를 하는 경우 첫 번째 야간 근무에는 낮잠이 각성에 도움이 되었지만, 두 번째 야간 근무가 끝날 무렵의 졸음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다는 보고도 있다[52]. 따라서 교대자의 업무배치 시 졸음이 심한 시간대에는 중요한 업무는 피할 수 있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교대 근무 스케줄 조정과 근무시간 조절
장시간 근무로 인한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교대 근무는 가능하면 하루 근무시간이 10시간을 넘지 않게 줄이고, 교대 근무 순환은 시계방향으로 주간-오후-야간 근무 순서로 근무조가 변경될 수 있도록 배치한다[51]. 근무시간이 변경되어도 수면을 잘 취할 수 있는 일주기 유연성(circadian flexibility)이 좋은 사람은 교대 근무에 쉽게 적응할 수 있지만, 아닌 경우는 외적 변화가 있어도 수면위상이 잘 바뀌지 않는 사람은 SWD가 더 흔하다[23,53]. 이런 경우 개인의 일주기리듬에 맞는 근무조를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교대 근무자의 수면을 개선시킬 수 있다. 순환 3교대 공장근로자를 대상으로 아침 일찍 출근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저녁형 근로자의 주간 근무를 줄이고, 야간 각성이 어려운 아침형 근로자의 야간 근무를 줄인 결과, 근무일의 수면시간이 평균 30분 이상 늘어나고, 근무일과 휴일간 사회적 시차도 1시간 이상 감소하였다[10]. 따라서 전형적인 순환 3교대보다는 개인의 일주기유형에 맞춰 적응이 어려운 근무조를 제외시키는 등의 다양한 근무 방식을 포함하는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유연근무제는 일-생활 양립 갈등(work-life conflict)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근로자가 업무 외에도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양립할 수 없을 때 발생하는 일-생활 양립 갈등으로 인해 SWD가 더 빈번하고 이직 의도가 증가한다[4,54]. 특히 여성근로자는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의 문제로 일-생활 양립 갈등이 더 많은데,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직 의도가 있는 간호사는 없는 간호사보다 가족의 지지가 낮고, 일-생활 양립 갈등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4]. 교대 근무 형태를 자녀의 성장 시기에 따라 주간전담근무나 야간전담근무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하면 갈등을 줄일 수 있다. 교대 근무자가 자신의 근무 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면 일-생활 양립 갈등도 줄어들고, 교대 근무에 대한 적응도와 만족도를 올릴 수 있다[31,32,54]. 더불어 합당한 급여 보상도 교대자의 근무 만족도를 높여 교대 근무 적응에 도움이 된다[55]. 최근 간호사 근무환경개선을 위해 2022년부터 보건복지부에 진행하고 있는 ‘간호사 교대제 시범사업’에서도 간호사의 선호근무 형태를 반영하고, 야간 전담간호사를 배치하여 야간 근무를 힘들어 하는 간호사에게 야간 근무를 배제시키고, 야간전담간호사에게는 다른 근무제보다 추가로 휴일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야간수당으로 보상이 되자 간호사의 야간전담근무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야간전담근무 시 간호사의 건강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야간 근무는 연속 3일 이내로 배치하고, 근무시간은 9시간 이내로, 근무와 근무 사이에 적어도 11시간 이상 벌어질 수 있도록 배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56].
일상생활 조정 및 가족/사회적 지지
좋은 수면을 위해서 적절한 수면위생(sleep hygiene)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잠자리에 들어가기 전에 술이나 카페인은 피하고, 야간 근무 후 퇴근 시 선글라스 착용하고, 침실은 춥거나 덥지 않게 하고, 암막커튼이나 안대를 이용하여 수면 중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생활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필요하면 귀마개를 사용한다[2,57]. 또한 수면 중에는 휴대폰을 무음으로 하여 방해 받지 않도록 한다. 교대 근무간호사를 대상으로 수면지연행동 정도를 조사한 결과, SWD 증상을 호소하는 간호사는 무증상인 간호사보다 수면지연행동이 더 많았다[58]. 수면을 방해하고 지연시키는 행동 중 가장 많은 것이 전자기기 사용인데[59], 전자기기 사용 시 발생하는 빛 자극은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또한 운동이 일주기변화에 뚜렷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운동이 건강에 미치는 이익을 고려할 때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을 권한다.
교대 근무자가 SWD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사회의 적극적 지지가 필요하다[2,51,60]. 퇴근 후 수면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집안일을 가족들이 나눠서 부담하고, 유연근무제를 통해 일과 가정생활이 양립될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야간 근무 시 짧은 낮잠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근무지 시설도 보완되어야 한다. 야간 근무간호사의 근무 중 안전사고와 퇴근 시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의료기관 차원에서 수면위생 교육을 실시하고, 근무 중 쉬는 시간을 보장하고, 쉬는 시간에 20분간 낮잠을 잘 수 있도록 시설을 마련하여 적용한 결과 근무 중 간호사의 졸음이 감소하고 근접오류를 포함한 오류 빈도가 줄어들었다[60]. 따라서 개인의 노력 외에도 교대 근무자를 고용한 기관, 정부 관련 부처 등에서 교대자의 적응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겠다.
결 론
교대 근무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고, 교대 근무자의 SWD는 개인적 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 할 수 있다. SWD는 단순히 수면부족의 문제뿐 아니라 건강에 대한 지각, 정서, 스트레스 대처에도 영향을 준다. SWD는 치료가 필요한 문제임을 인식하고, 광 치료, 낮잠, 계획된 수면 등과 같은 다면적 전략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한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근무 형태나 근무 형태에 맞는 수면시간과 양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용할 수 있다면 교대 근무로 인한 피로와 수면장애를 좀 더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