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각성(confusional arousals)은 몽유병(sleepwalking), 수면공포(sleep terrors)와 함께 비렘수면연관 사건수면에 속하며 수면 중 불완전한 각성 상태에서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상행동은 대체로 침대 밖으로 벗어나지 않으며, 지남력 장애와 무의미한 행동이 동반될 수 있으며, 이를 강제로 깨웠을 때 공격적 성향이나 초조(agitation)가 나타날 수 있다. 소아에서 주로 나타나서 청소년기에 대부분 사라지나, 성인에서 드물게 나타나기도 한다.
기면병은 과다한 주간졸음이 3개월 이상 있고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 PSG)와 수면잠복기반복검사(multiple sleep latency test, MSLT)에서 입면 시 렘수면(sleep onset rapid eye movement, SOREM)이 2회 이상 있는 경우 진단하며, 허탈발작(cataplexy)의 동반 여부에 따라 1형(type 1)과 2형(type 2)으로 나뉜다. 기면병에 동반되는 수면 이상은 주로 렘수면 시기에 나타나며, 렘수면행동장애와 수면마비가 잘 동반될 수 있다[1]. 본 증례는 무력감과 혼돈각성을 주소로 내원한 환자에서 자세한 병력 청취와 MSLT로 기면병이 진단된 환자를 경험하여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19세 남자가 2년 전부터 발생한 수면 중 이상행동으로 병원에 왔다. 환자는 고등학교부터 기숙사에서 생활하였고, 입사 6~7개월 후 새벽에 일어나서 앉아 자는 증세를 동거인이 관찰하여 발견하였다(Fig. 1). 처음에는 기숙사 동거인만 발견하고 집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없어 일시적인 증상으로 여겼으나, 최근 대학시험을 앞두고 집에서 주로 생활하면서 부모가 발견하여 자세히 관찰하였다. 증상은 일주일 중 3~4일 나타났으며, 새벽 5시경 앉아서 자고 있는 모습이 빈번하였다. 한번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눕혀 주어도 다시 앉아서 자는 양상이 반복되었다. 앉아서 자는 것 이외에 탈력발작(cataplexy), 입면환각(hypnagogic hallucination), 수면마비(sleep paralysis), 또는 렘수면행동장애 등을 의심할 만한 잠꼬대나 다른 이상행동은 없었다. 환자는 수면 중 앉는 증세를 전혀 기억 못하였으며, 보호자가 깨워서 바로 눕힌 사실도 잘 몰랐다. 환자는 평소 30분 이상 뒤척이다 잠이 든다고 하였으며, 대개 밤 12시경 취침하여 아침 7시에 기상하였으며, 기상 시 피곤함을 느끼나 주간졸음증은 특별히 호소하지 않았다(Epworth Sleepiness Scale: 8). 그러나 본인이 느끼는 것과 달리, 학교 친구들에 의해 수업시간뿐만 아니라 쉬는 시간에도 빈번하게 자는 모습이 관찰되어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내원 6개월 전 상기 증상으로 타병원에서 PSG를 1주일 간격으로 2번 실시하였으나 특별한 소견은 없었고, 내원 1달 전부터 일주일에 5~6일, 주로 새벽에 빈번하게 앉아서 자는 모습이 관찰되면서 낮에 무력감과 허리 통증이 심해져 다시 내원하였다. 환자의 키는 176.5 cm, 체중 68.2 kg으로 수면질환의 가족력 및 신종플루 등을 앓은 적은 없었고, 근래 급격한 체중 변화나 예방접종도 받은 적이 없었으며 머리를 다쳤거나 다른 신경계 또는 정신과 질환의 병력도 없었다. 신경학적 검사와 이학적 검사는 정상이었으며, 생체활력징후도 정상이었다. 뇌자기공명영상과 뇌파검사에서도 이상소견은 없었다. 환자는 6개월 동안 총 3번의 PSG와 1번의 MSLT를 실시하였고, 검사는 평소 생활 습관을 유지하며 수면 박탈이 없는 상태로 진행하였다. 호소하는 사건수면은 마지막 PSG에서 1차례 발견되었다. 처음 두 번의 PSG는 1주일 간격으로 실시하였고, 마지막 PSG는 6개월 뒤 MSLT와 함께 검사하였다. 야간 PSG에서 수면시간은 평균 403.3분이었고, 수면효율은 평균 94.3%로 적절하였다. 무호흡-저호흡지수(apnea-hypopnea index) 평균 0.9/hr, 렘수면잠복기(REM onset latency) 평균 96.3분으로 정상이었으며, 입면후각성(wake after sleep onset, WASO) 평균 19.3분으로 높지 않았으나, 수면 중 1~3초가량의 미세각성(micro-arousal)이 빈번하게 관찰되었으며, 수면잠복기가 평균 4.7분으로 짧아져 있었다(Table 1). 환자가 호소한 사건수면은 마지막 PSG에서 수면 후 약 6시간째 N1 단계에서 발생하였으며(Fig. 2), 5분간 앉아 있은 후 다시 누워서 수면을 취하고 이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건수면이 있었던 5분 동안 3~5초 이내의 미세각성이 3차례 관찰되었고, 마지막에 각성이 나타나면서 주위를 살피고 다시 누워서 수면하였다. 그 밖에도 렘수면 상태에서 3~4회 다리를 한번씩 움직이고 3회 머리를 움찔(head jerk)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야간 PSG에 이어 실시한 5회의 MSLT에서 평균 수면잠복기는 3.2분으로 짧았으며, 총 3회의 수면-시작 렘수면(SOREM sleep)이 관찰되었다(Table 1).
고 찰
사건수면은 잠이 들거나 잠자는 도중, 또는 잠에서 깰 때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육체적 또는 감각적 경험을 말하며, 국제수면질환분류 3판(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Sleep Disorders, 3rd edition)에서는 사건수면을 1) 비렘수면연관사건수면(NREM-related parasomnias) [2], 2) 렘수면연관 사건수면(REM-related parasomnias), 3) 그 외 사건수면(other parasomnias)으로 분류하고 있다. 비렘수면연관 사건수면에는 혼돈각성, 몽유병, 수면공포가 있고, 렘수면연관 사건수면에는 렘수면행동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 수면마비(sleep paralysis), 악몽(nightmare)이 있다. 비렘수면 사건수면은 18세 이상의 성인 약 1~4% 정도에서 나타난다[3]. 주로 수면단계 N3에서 나타나며, 소아에서 잘 나타나고, 청소년기에 대부분 줄어든다. 사건수면은 입면 후 몇 시간 이내에 나타나며, 약 수분에서 30~40분 정도 나타나고 환자는 사건을 기억 못한다. 이 중 혼돈각성은 지남력 장애와 비틀거림을 동반하며, 서파수면(slow wave sleep)에서 각성으로 이행할 때 나타난다. 혼돈각성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비렘수면에 과도하게 빠지거나 수면에서 각성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4]. 본 환자의 사건수면은 임상 양상이 수면 중 일어나서 앉는 자세로 다시 수면에 빠지는 양상으로 당시 깨워서 말을 걸어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였으며, 사건수면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였다. 여러 번 증상이 있었으나 침대 밖으로 나와 보행한 적이 없었고 갑작스러운 자율신경계 증상(과호흡, 빈맥, 발한)이나 매우 놀라고 흥분한 혼란 상태는 없었기 때문에 몽유병과 수면공포를 배제하였다. 또, 잠꼬대를 심하게 하거나 꿈의 내용을 행동화하는 공격적인 특징 또한 없어 렘수면행동장애도 배제하였다. 마지막으로 사건수면이 N3가 아닌 N1에서 발생하였고 주로 새벽녘에 발생하여 통상적인 혼돈각성과 다르나, 이는 환자가 기면병도 같이 있어 수면 분절이 심하고 수면-시작 렘수면이 관찰되는 등 수면 양상이 불규칙하여 그런 것으로 추정된다. 혼돈각성은 수면 박탈, 일주기(circadian rhythm) 수면장애, 수면장애호흡(sleep-disordered breathing), 중추신경억제약물(안정제 또는 항히스타민제) 등으로 수면의 깊이가 증가하거나 발열, 스트레스에 의해 더 잘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반드시 정신과적인 문제나 외상이 동반되는 것은 아니다[5]. 환자의 경우 특별한 가족력이나 약물의 과거력은 없었으나, 기면병으로 과다 졸음이 있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환경이 변한 점이 혼돈각성의 선행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환자는 증상 발생 2년, 첫 PSG 이후 6개월만에 3번째 PSG와 MSLT 검사에서 기면병으로 진단하였다. 문헌을 보면 기면병이 늦게 진단되는 이유로 증상 발생시기, 탈력발작 결핍, 시작 나이 등의 요인이 있다[6]. 증상 발생시기가 어릴수록 기면병으로 진단되는 비율은 낮았으며[7], 진단되는 데까지 평균 시간이 10.5년으로 보고된 문헌도 있다[6]. 본 환자에서 진단이 늦은 이유는 3개월 이상의 주간졸음증을 부정하였고, 탈력발작이 없었으며, 입면환각, 수면마비나 이상한 꿈 등의 증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전 2번의 PSG에서 입면 시 렘수면(SOREM)이 평균 96분으로 정상이었고 입면후각성(WASO)이 평균 19.3분으로 많이 심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총 수면시간이 6.5시간으로 적절하였고, 수면의 효율도 평균 94.3%로 좋았다. 그러나 주변인에게 빈번하게 자는 모습이 관찰되어 주간졸음증을 본인이 잘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며, PSG 검사에서 1~3초의 미세각성(arousal)이 빈번하게 나타났고, 수면잠복기가 평균 4.7분으로 짧아 과다수면(hypersomnia)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수면효율이 좋았던 이유는 원래 수면 환경과 다르게 PSG 검사에서 뇌파와 벨트를 비롯한 여러 가지 장비를 머리와 몸에 착용하여 이로 인해 수면 중 앉는 데 저항감을 느껴 사건수면의 빈도가 줄어들어 수면의 질이 더 좋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환자는 세 번째 PSG에 이어 실시한 MSLT에서 평균 수면잠복기 3.2분과 3회의 SOREM이 관찰되어 기면병으로 진단하였다.
기면병은 드문 질환으로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0.025~0.05%이고 주된 호발 연령은 10~19세로 알려져 있다[8]. 기면병 환자는 비렘수면과 렘수면연관 사건수면이 일반인에 비해 더 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중에서 특히 렘수면행동장애가 흔하다. 조사에 의하면 기면병 환자의 36~43%에서 PSG상 렘수면행동장애가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면병이 없는 사람보다 더 이른 나이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9]. 기면병에서 렘수면행동장애가 잘 나타나는 기전은 hypocretin 농도의 결핍으로 설명한다. Hypocretin neuron은 각성에서 흥분하고 활성화되며, 렘수면 운동조절과 연관된 뇌간에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 hypocretin tone이 떨어지면서 렘수면 무긴장(REM sleep without atonia)과 렘수면행동장애가 나타난다[10]. 본 환자에서도 3번째 PSG에서 렘수면 무긴장과 렘수면행동장애가 관찰되었고 보호자들이 잘 인지하지 못했던 이유는 다리나 머리를 짧게 움찔하는 양상으로 경미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본 증례는 평소 무기력과 사건수면이 있는 환자에서 주변인의 병력 청취와 MSLT 검사를 통해 기면병을 진단하고 치료하였다. 야간수면다원검사상 설명되지 않는 과다수면과 이상 증세가 지속되는 경우 자세한 병력 청취와 추가 검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