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병(somnambulism, sleepwalking)은 수면공포(sleep terror), 혼돈각성(confusional arousals)과 함께 비급속안구운동수면(non-REM sleep)에서 나타나는 사건수면의 하나로 침대 위에서 크게 움직이거나 자면서 걸어다니는 등의 복합적인 행동을 보이는 질환이다. 어느 연령대에서나 발병할 수 있으나 주로 소아기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고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증상이 저절로 사라지는 양성 경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에서는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된다[1]. 몽유병은 시차증후군과 같은 수면 스케줄의 변화나 수면 박탈,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해서 유발될 수 있고, 졸피뎀과 같은 약물, 알코올이나 발열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2].
본 저자들은 노년기에 처음 발병한 몽유병 환자에서 이러한 증상이 저혈당으로 인하여 발병하였으며 혈당강하제 감량 후 증상이 호전된 증례를 경험하여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증 례 1
76세 남자가 내원 6개월 전부터 발생한 3번의 수면 중 이상행동을 주소로 수면 클리닉에 왔다. 환자는 노인요양시설에 거주하고 있으며 6개월 전 새벽에 본인의 옆방에 있는 다른 여자노인의 방에 들어갔다가 그 방에서 자던 방주인이 깨면서 환자를 발견하였다. 환자는 자다가 방을 이동한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며 “여기에 내가 왜 있냐”라고 반문하였다. 5개월 전에는 평소와 같이 내복을 입고 잠이 들었는데, 자다가 눈을 떠보니 외출복을 입은 채로 침대에 누워있었고, 자리에 소변 흔적이 있고 바지가 젖어 있었다고 하였다. 내원 2일 전에도 내복을 입고 방에서 잠이 들었는데 아침 6시경에 깨어보니 상의는 와이셔츠와 조끼, 아래는 내복을 입은 채로 요양시설의 마당에 누워있었으며, 두피에 찢어진 상처가 있었다. 환자는 기상 후 위에 기술된 3차례의 수면 중 이상행동이나 자신의 꿈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였다. 고혈압과 당뇨병을 진단받고 약물을 복용 중이었으며, 비소세포성 폐암을 진단받았으나 치료는 원하지 않아 시행하지 않았고 상태는 안정적이었다. 신경계 질환 및 정신과 질환의 병력은 없었으며 수면제 등의 중추신경계 약물의 복용력은 없었다. 환자는 평소에 음주와 흡연을 하지 않았으며 몽유병의 가족력이나 과거력은 없었다. 생체활력징후는 정상이었고 이학적 검사와 신경학적 검사는 정상이었다. 간이정신상태검사(minimental status exam)는 28점이었고, 뇌자기공명영상과 뇌파검사에서도 이상소견은 없었다. 환자는 상기의 몽유병 증상 외에 간혹 잠결에 침대를 손으로 쳐서 상처가 난 적이 있다고 하였고 가끔 선풍기를 발로 찬 적도 있다고 하였다.
수면다원검사에서 무호흡-저호흡지수(apnea-hypopnea index)는 27.0 /h로 중등도의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을 보였고 각성지수도 31.1 /h로 증가하였다(Table 1). 수면 중에 일어나거나 걸어서 나가는 모습은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급속안구운동수면에서 잠꼬대를 하고 팔을 움직이는 모습이 관찰되었고, 턱 근전도에서 근육긴장도가 증가한 렘수면무긴장소실(REM sleep without atonia)이 기록되었다(Fig. 1). 환자의 병력과 수면다원검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폐쇄성수면무호흡과 렘수면행동장애 및 몽유병의 사건수면겹침증후군(parasomnia overlap syndrome)으로 진단하였다. 폐쇄성수면무호흡 치료를 위하여 양압기 치료를 권유하였으나 환자가 착용시 불편함을 이유로 강력히 거절하였고, 렘수면행동장애의 치료를 위하여 클로나제팜을 취침 전 0.25~0.5 mg으로 복용하도록 하였다. 약물을 복용 중에도 수면 중 속옷 차림으로 밖을 돌아다니거나 주변 공사장에서 자고 있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발견되는 몽유병이 반복되었다. 그러던 중 새벽 6시경, 요양시설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멀리 떨어진 시내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되어 응급실에 이송되었고, 당시 혈당치가 26 mg/dL로 감소되어 있었다. 환자는 혈당강하제로 인한 저혈당으로 진단되어 복용하던 혈당강하제를 감량하였고, 이후 몽유병은 더 이상 관찰되지 않았다.
증 례 2
67세 남자가 수면 중 돌아다니거나 말을 하는 이상행동이 발생하여 내원하였다. 환자는 내원 3개월 전, 자다가 새벽 2시경 기척이 있어 보호자가 일어나보니 멍한 표정으로 평소와 다르게 “아파요, 아파요”라고 말하고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도 “전신이 그냥 아파요”라고 말을 하는 증상이 20분 정도 지속되다가 잠이 들었고 아침에는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였다. 이후 새벽에 자다가 일어나 돌아다니면서 아프다고 한숨을 쉬거나 바닥을 치고 말을 시키면 “예, 예”하면서 대답을 하는 듯 하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행동을 보였고, 3번째에는 화장실 앞에서 스위치를 찾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하였다. 환자는 이러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였고 꿈의 내용도 기억하지 못하였다. 세 번 모두 전 날 저녁에 맥주 1병을 마셨다고 하였고, 내원 10일 전에 4번 째 증상이 생겼으며, 이때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하였다. 최근 6개월 전부터 전신에 힘이 없고 식은 땀이 나 아침에 일어나기 어려웠으며, 꿀물을 마시면 좀 나은 것 같다고 하는 증상도 자주 생겼다고 한다. 고혈압과 당뇨병을 진단받고 약물을 복용 중이었으며, 1년 전에 혈당강하제의 용량을 증량하였다고 하였다. 약물은 glimepride 4 mg bid, metformin 800 mg bid, vildagliptin 50 mg을 하루 2회 복용 중이었다. 수면 중 이상행동이나 잠꼬대, 몽유병의 과거력 및 가족력은 없었고, 신경계 질환의 병력 및 중추신경계 약물 복용력은 없었다. 신경학적 검사에서 경도의 자세성 진전이 양손에서 관찰되었고 그 외에 다른 소견은 없었다. 큰 형과 작은 형이 모두 진전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고 음주시 감소하는 본태성진전으로 판단하였다. 뇌자기공명영상이나 뇌파검사, 신경인지검사는 정상이었다. 혈액검사 소견에서 공복 후 혈당치는 76 mg/dL였고, 당화혈색소(HbA1c)는 5.8%였다. 이후 입원하여 시행한 혈당치는 4:31 PM: 112 mg/dL, 8:30 PM: 69 mg/dL, 1:55 AM: 118 mg/dL, 6:41 AM: 89 mg/dL로 측정되었다.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하였으며, 검사 중 혼돈 증상이나 돌아다니는 몽유병 및 급속안구운동수면 중 이상행동은 없었고, 렘수면무긴장소실(REM sleep without atonia)도 없었다. 무호흡-저호흡지수(apnea-hypopnea index)는 6.3 /h로 경도의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을 보였다(Table 1). 환자의 수면 중 혼돈이나 몽유병이 저혈당에 의한 증상으로 판단되어 혈당강하제 중 glimepride를 2 mg bid로 감량하였고 이후 몽유병이나 수면 중 혼돈 증상이 더 이상 재발하지 않았다.
고 찰
수면 중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움직임이나 행동은 수면 클리닉에 방문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사건수면(parasomnia)은 수면과 관련해서 비정상적인 운동, 언어 등 신체적 현상이나 경험이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1]. 국제수면질환분류 3판(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Sleep Disorder, 3rd edition)에서는 사건수면을 입면기, 수면 중 또는 수면에서 각성에 이르는 시기에 나타나는 부적절한 신체적 사건이나 경험이라 정의하였다[2] 야간에 발생하는 이상행동을 적절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행동이 어떠한 형태인지, 발병 연령 및 야간 어느 시간대에 발생하는지 등 자세한 병력청취가 필요하다. 또, 수면 박탈이나 약물 복용 등이 이러한 증상이 발생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1]. 비급속안구운동수면 사건수면 중의 하나인 몽유병은 침대에 일어나 앉는 행동부터 멀리 걸어가는 행동까지 증상은 매우 다양하며, 잠꼬대 증상이 같이 나타날 수도 있다. 환자들은 증상이 나타나는 동안 깨우기가 어렵고 깨어나더라도 혼돈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각성 후에는 이러한 증상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어린이들에서 보이는 몽유병은 수면의 전반부 1/3 이내에서 N3 수면에서 주로 관찰되나, 성인의 경우 N1 또는 N2 수면에서 시작되었고 수면 후반부에도 종종 발생하였다는 보고가 있다. 또, 어린이에서 흔한 증상으로, 4~8세에 가장 흔하며, 어린이의 10~20% 빈도로 나타난다. 물론 성인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있으나 성인 몽유병 환자의 60~70%에서 소아기 동안의 사건수면의 병력을 가지고 있다[1].
앞의 두 증례는 고령에서 처음 발생한 사건수면으로 수면 중 주로 이동을 하는 몽유병을 보였으며, 당뇨병이 있어 혈당강하제를 복용 중이었고, 이로 인해 발생한 저혈당 증상을 치료한 이후 몽유병이 소실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몽유병은 소아기에 비해 성인에서는 드문 질환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 사건수면의 병력이 없던 성인에서 처음 발병한 경우 다른 질환에 의한 증상이 아닌지 감별이 필요하다. 특히, 노인에서 야간에 보이는 이상행동의 경우, 감별해야 할 질환으로 야간 섬망, 뇌전증(epilepsy) 또는 사건수면의 하나인 렘수면행동장애 등이 있다.
증례 1 환자의 경우, 수면다원검사 이후 폐쇄성수면무호흡-저호흡증후군과 렘수면행동장애가 진단되어 렘수면행동장애에 대한 약물 치료로 클로나제팜을 사용하였으나 증상이 지속되어 오다가 수개월 이후 저혈당에 의한 사건수면으로 진단되어 혈당강하제를 감량하여 저혈당증을 치료한 이후 몽유병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전의 연구에서 수면무호흡과 관련된 각성 증상이 몽유병을 유발한다는 연구가 있었고[3], 수면호흡관련 질환을 성공적으로 치료 후 증상이 사라졌다는 보고가 있었다[4]. 증례 1 환자의 경우 환자의 양압기 치료 거절로 수면무호흡에 대한 치료는 못하였지만 저혈당의 치료 후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보아 수면무호흡과 관련된 저산소증과 각성 증상이 몽유병에 미치는 영향은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렘수면행동장애는 급속안구운동수면에서 나타나는 사건수면의 하나로 비급속안구운동수면에서 나타나는 몽유병과의 감별점으로는 고령 환자에서 흔하고 꿈의 내용을 행동화하면서 주로 공격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보인다는 점이다. 또한 렘수면행동장애에서는 환자가 잠자리를 이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증례 1의 환자는 사건수면겹침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는데, 이는 기면병, 다발성경화증, 뇌종양, 교뇌/연수의 병변, 뇌 외상, Machado-Joseph병, 다양한 정신과 질환 등에서 관찰될 수 있는 병으로[2], 고령에서 사건수면겹침증후군이 관찰될 때에는 상기 질환들 외에 본 증례와 같이 저혈당과 같은 치료가 가능한 내과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비급속안구운동의 사건수면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몽유병을 포함한 비급속안구운동수면에서 사건수면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선행요인이나 유발요인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행요인으로는 가족력과 같은 유전적 요인이 매우 중요하고 유발요인으로는 서파수면을 증가시키거나 수면으로부터 각성을 어렵게 만드는 조건이나 약물이 포함된다. 여기에는 수면 박탈, 알코올, 약물, 스트레스나 발열 등이 해당된다[5]. 증례 2의 경우에 알코올을 마신 날 증상이 발생한 경우가 흔하였는데, 알코올은 sulfonyl urea를 복용하는 당뇨병 환자에서 저혈당을 더 유발시키는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인슐린으로 인한 저혈당을 유발하면 수면 중 각성이 증가하고 각성과 관련된 뉴런을 활성화시킨다고 보고하였으나 사람에서는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6]. 1형 당뇨병을 가진 10대 환자들에서 인슐린으로 인한 야간 저혈당을 유발시켰을 때 수면 중 각성은 물론 수면 구조에서도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7]. 반면 1형 당뇨병을 가진 26세의 성인 환자에서는 몽유병이 보고된 증례도 있어 저혈당에 대한 성인과 소아의 반응이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8].
저혈당으로 인한 증상은 신경저혈당(neuroglycopenic) 증상과 자율신경계 증상이 있는데 신경저혈당 증상으로는 의식 변화, 성격 변화, 혼돈, 두통, 발작, 시각의 변화 등이 있고 자율신경계 증상으로는 발한, 떨림, 심계항진 등의 증상이 있다[9]. 그러나, 인슐린종이나 과도한 인슐린 투약 등으로 인한 만성적인 저혈당 증상은 자율신경계 증상이 동반되지 않아 정신분열증, 우울증이나 치매와 유사하게 보일 수 있고 이로 인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10]. 이러한 저혈당은 발견 시 치료가 가능하나, 진단되지 않아 오랜 시간 방치되는 경우에는 인지기능저하와 같은 신경학적 이상소견이 영구적인 장애로 남을 수 있다.
고령의 환자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사건수면의 경우에는 뇌전증, 렘수면행동장애는 물론 내과적, 정신과 질환에 의한 증상은 아닌지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당뇨병이 있어 이에 대한 치료로 인슐린이나 혈당강하제를 복용하는 환자에서는 저혈당이 원인이 아닌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