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인-레빈 증후군(Kleine-Levin syndrome)은 매우 드물게 보고되는 질환으로, 반복적으로 수면과다증과 함께 과식증이나 과다성욕증 등의 행동장애가 나타난다.1 이외에도 삽화시에는 환각(hallucination)이나 정신착란(confusion) 등의 인지장애도 동반될 수 있다. 주로 10대의 남성에서 자주 발생하는 경향을 보이며 임상경과는 대개 시간이 지나면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
1925년 Kleine이 반복적인 수면과다증만을 보인 증례를 보고하였고, 1936년 Levin이 수면과다증과 과식증이 동반된 증례를 보고한 이후 1942년 Critchley와 Hoffman은 이 질환을 클레인-레빈 증후군으로 명명하였다.2 이후, 2005년 미국수면의학회(American Academy of Sleep Medicine)에서 수면장애에 대한 새로운 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Sleep Disorders)를 통해 반복적 수면과다증(recurrent hypersomnia)으로 재정의하였다.1
클라인-레빈 증후군은 수면과다증과 함께 과식증, 과다성욕증, 과민성, 공격성 등의 행동장애나 환각, 정신착란 같은 인지장애가 동반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나, 한 연구에 의하면 과식증은 66%, 과다성욕증은 53%에서만 동반된다고 한다.3 또한, 발병 원인은 아직도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으며 진단을 위한 특이적인 검사도 없다. 전세계적으로 클라인-레빈 증후군과 비슷한 임상 양상을 보이나 진단 기준을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증례가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어,4 진단을 위해서는 전형적인 증후군과는 다른 임상 양상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나 국내에서는 비전형적인 클라인-레빈 증후군에 대해 보고가 없었다. 본 증례는 전형적인 클라인-레빈 증후군과 증상은 유사하나, 삽화 시간이 짧고 수면과다증과 함께 식욕부진이 동반되기도 한 비전형적인 임상 양상을 보인 40대 여자 환자를 경험하여 보고한다.
증 례
환자는 47세 여자로서 2개월 전부터 발생한 반복적인 수면과다증 및 과식증을 주소로 본원에 내원하였다. 증상은 비교적 갑자기 발생하였으며, 증상 발생 전 몽롱한 느낌이 들고 전신의 위약감을 호소하면서 잠이 들어 약 24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상기 증상으로 타 병원에 입원하여 뇌파 및 뇌자기공명영상 촬영을 시행하였으나 특이 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며, 증상이 회복되어 특별한 치료 없이 퇴원하였다. 이후 동일한 양상의 수면과다증이 약 2개월 동안 6회 정도 반복되어 발생하였으며, 삽화시에는 화장실 가고 식사하기 위해 일어난 것 이외에는 지속적으로 잤다. 수면과다증 삽화가 끝난 이후에는 2~3일간 멍하다고 호소하였으며 과다성욕은 보이지 않았으나 과식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었다. 수면삽화와 삽화 사이에는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했다.
본원 입원 다음날 아침부터 약 24시간 동안 지속되는 갑작스런 수면과다증이 발생하였다. 임상 양상은 이전 병력과 거의 동일하였으며, 증상 발생 전 머리가 무겁고 멍한 느낌이 들면서 잠이 들었으며, 증상 있을 시 간단한 질문에 적절한 대답이 가능하였고, 삽화 중에는 화장실 가기, 식사하기 외에는 수면이 지속되었다. 이전 병력 및 입원 후 확인된 수면삽화기간 중 식욕증가는 다소 의심되었으나 과다성욕은 보이지 않았고, 수면기간이 끝나고 나면 정상적인 모습으로 이전과 동일한 생활이 가능했다. 이 시기에 우울감이나 무력감 등의 기분 변화는 없었다. 환자는 이후 3개월간 24시간 정도 지속되는 수면과다증이 5차례 발생하였으며 과다식욕증 등의 다른 동반 증상은 없었다. 그리고 수면과다증이 1주일간 지속되는 증상이 1차례 발생하였으며, 특이하게 당시에는 음식을 먹고자 하는 욕구가 없었으며 오심이 동반되었다. 이외 수면마비나 탈력발작 등의 증상은 동반되지 않았으며, 경련 증세도 없었다.
환자는 각각의 시기마다 나타나는 증상들의 양상이 매우 유사하였다. 과수면기 직전에는 항상 몽롱해지는 증상이 나타났으며, 과수면증이 나타나는 동안에는 깨워도 잘 일어나지 않았으나 묻는 말에 적절한 대답을 하기도 하였다. 성욕증가는 뚜렷하지 않았으나 식욕증가는 동반되었으며 식욕부진이 동반되기도 하였다. 환자의 증상은 1주일간 지속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24시간 이내 호전되었고, 이 기간이 지난 후에는 갑자기 그리고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되어 모든 면에서 이전의 생활로 다시 돌아가곤 했다. 과거력상 유방암 진단을 받고 유방절제술 및 항암치료를 시행 후 현재 완치상태이며, 두부외상이나 최근 열감이나 감기증상 등의 병력은 없었다.
입원하여 시행한 신경학검사, 뇌 자기공명영상 및 뇌 단일광자방출 검사는 정상이었고, 일반혈액검사, 갑상선기능검사 및 뇌하수체기능검사에서도 적혈구 침강속도(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의 경미한 증가 외에 모두 정상소견이었다. 감염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뇌척수액 검사를 시행하였으나 이상 소견이 없었으며, 경련성 장애 후 착란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증상이 계속되는 동안에 시행한 뇌파검사상 경련파는 관찰되지 않았다. 환자는 폐경이 된 상태로 월경과의 상관 관계도 없었으며, 유방암은 완치상태였다. 과수면기에 시행한 수면다원검사상 총 수면시간은 471분, 수면잠복기 2분, 수면효율도 98%, 입면후각성시간(wakefulness after sleep onset)은 1%였으며, 수면잠복기반복검사(multiple sleep latency test)상 5회의 검사 중 1회에서 입면시 렘수면이 관찰되었다(Table 1).
환자는 반복적 수면과다증과 함께 동반된 섭식장애, 그리고 삽화 사이에 보이는 정상적인 수면 양상 등의 임상 증상 및 상기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클라인-레빈 증후군을 진단할 수 있었으나, 대부분의 삽화 시간이 24시간 정도로 짧고 식욕부진이 동반되기도 한 비전형적인 임상 양상이 관찰되었다. 환자는 약물 치료는 시행하지 않았으며 이후 재발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고 찰
클라인-레빈 증후군은 그 발병 기전과 경과, 치료, 예후가 아직까지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질환으로서, 국외에서는 진단 기준을 모두 만족하지 않는 다양하고 비전형적인 임상 양상을 가진 보고들이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반복성 과다수면증은 증상이 2일 이상 지속되며 1년에 1차례 이상 삽화가 재발하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으나,1 과다수면증의 삽화 지속시간이 18시간인 환자도 있었으며 이환 기간이 6개월인 환자도 보고된 바가 있다.5 또한, Shukla 등은 클라인-레빈 증후군의 진단 기준에 모두 합당하지는 않은 비전형적인 임상 양상을 보인 환자들에 대한 보고를 하였는데,4 그 중 전형적인 클라인-레빈 증후군의 증상과는 반대로 수면과다증 대신 불면증을, 과다식욕증 대신 식욕부진증이 발생한 환자도 있었다. 본 증례는 반복적 수면과다증과 함께 동반된 섭식장애, 그리고 삽화 사이에 보이는 정상적인 수면 양상 등의 임상 증상을 바탕으로 클라인-레빈 증후군을 고려할 수 있었으나, 삽화 시간이 24시간 정도로 짧고 섭식장애가 식욕부진으로 나타나기도 해 비전형적인 클라인-레빈 증후군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클라인-레빈 증후군의 발병 원인과 기전은 현재까지도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3 일부 보고에서는 바이러스항원과 연관된 면역질환의 가능성 및 두부외상이 상기 질환의 유발요인으로 고려되어야 함을 제시하였다.6,7 또한, 시상하부-뇌하수체 축의 이상이 병리 기전과 관계 있을 수 있음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뇌 단일광자 단층촬영(single 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에서 삽화시에는 시상 및 시상하부의 관류 감소가 특징적으로 관찰되기도 하며, 최근 뇌척수액검사에서 hypocretin-1의 수치 감소와의 연관성에 대한 많은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8,9 하지만, 이러한 결과와는 달리 무관한 결과가 나왔다는 보고 역시 존재하는 상태로 뚜렷하게 기능적 시상하부의 기능적 이상을 증명하지는 못하고 있다. 일차성 클라인-레빈 증후군은 10대 남자에서 흔히 발생하며, 이차성 클라인-레빈 증후군은 일차성보다 고령에서 발생하고, 임상 증상은 일차성과 비슷하다. 증상은 수일에서 수주까지 지속되며 삽화와 삽화 사이에는 정상 생활을 하고, 수면 도중에는 식사 및 용변을 위해서만 스스로 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이 관찰된다. 임상 경과는 삽화가 반복될수록 삽화의 기간과 강도 및 빈도가 감소되어 대체로 예후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과다수면증의 조절을 위해 amphetamine, lithium 등과 같은 약물을 사용할 수 있으나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3
저자들이 경험한 예는 증상 발생 전 감염의 증거나 두부외상 등의 병력이 없었고, 월경 주기와의 연관성도 없었다. 또한, 뇌 자기공명영상 촬영상 이상소견이 보이지 않아 기질적인 이상을 배제할 수 있었다. 본 증례는 반복적이고 주기적이며 일과성인 수면과다증과 함께 과식증을 보여 전형적인 클라인-레빈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지만 발병 연령이 호발 연령에 비해 비교적 높고 여성이었으며, 대부분의 삽화 시간이 24시간 정도로 짧고 식욕부진이 동반되기도 한 비전형적인 양상을 보인 점이 특징이었다. 향후 국내에서도 비전형적인 클라인-레빈 증후군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